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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생기념병원 (BONGSENG MEMORIAL HOSPITAL est. 1949) 전문센터/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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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식센터

신장이식수기

봉생기념병원 신장이식 수술 1000례 기념 ‘희망+나눔 이야기 수기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최우수상] 별빛이고 달빛이었다 - 정복연 님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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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7일 밤 12시
나를 태운 침대가 미끄러지듯 수술실로 들어갔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내 눈앞으로 ‘희망’이란 두 글자가 떠올랐다.

마음 편히 가지세요, 수술 잘 끝날 겁니다.
귓가로 수술실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와닿았다. 그 순간, ‘희망’이 또 한 번 떠올랐다. 그 희망은 손에 잡힐 듯 점점 내게 가까워졌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리고 나는 마취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7 년 전, 나는 ‘콩팥 이식’수술을 받았다.

나는 12 세에 ‘1형 당뇨’진단을 받았다. 친구들 눈을 피해 인슐린을 맞아가며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아프면 치료받고 치료 받으며 병마와 함께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27 세에 두 눈에 찾아온 ‘당뇨망막병증’으로 한 줄기 빛도 색도 볼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았던 꿈 많은 나이에 찾아온 ‘실명’은 한마디로 공포였다. 끝도 알 수 없는 좌절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또다시 병마가 내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만성신부전’ 그것은 절망이었다. 삶에 대한 절망, 그 자체였다. 나는 몰아치는 돌풍 속에서 파르르 떨고 있는 나뭇가지였다. 금방이라도 툭, 부러질 것 같은 앙상한 나뭇가지. 하지만 살아야 했다. 내가 먼저 삶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 등 뒤에서 눈먼 딸을 보며 가슴 치는 늙은 어머니의 눈물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봉생병원 의사 선생님들의 환자를 위한 희생과 열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괜찮아, 좋아질 거야. 복연이는 강하잖아. 힘내.
의료진들의 따뜻한 말씀 하나하나가 내게는 크나큰 힘이 되었다. 또한 차곡차곡 쌓이는 이식 수술 성공 사례를 보면서 내심 안심을 했다. 언젠가 나 역시 이식을 받을 거란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나는 부모님의 사랑과 의료진들의 보살핌 속에서 혈액투석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러던 중 바로 그날이 내게 온 것이다.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그날이. 친오빠의 뇌사 판정.
나는 혈액투석을 시작하면서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이미 ‘뇌사자 장기 신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했기에 곧바로 오빠의 콩팥을 받을 수 있었다. 이식 수술이 빠르고 긴박하게 진행되었다. 봉생병원 신장내과 과장님과 이식 센터 코디 선생님이 서울 ‘경희의료원’으로 오빠의 콩팥을 가지러 갔다. 동시에 나는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하며 이식 수술 준비를 했다. 오빠가 내게 남긴 마지막 선물을 기다리면서.

그러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이식 수술이 막상 오고 보니 마음이 불안했다. 무섭고 두렵기까지 했다. 그런 내게 의료진들이 했던 말들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수술 잘 될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떨리던 마음이 차츰 진정이 되었다. 이미 나는 봉생병원의 이식 수술에 대한 실력을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 선생님들의 마음에 믿음이 가고 신뢰가 갔다.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만성신부전 판정을 받은 그날부터 봉생병원 의료진들은 밤바다의 등대처럼 내 건강을 밝혀주고 있었던 것을.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그 믿음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그것은 곧 삶의 희망이었다.

지금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쓴다. 내 컴퓨터에는 음성변환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앞을 보지 못해도 마음껏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 올 3월이면 이식한 지 7년이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가서 주치의와 상의를 한다. 의사 선생님들의 병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치료로 지금 나는 이렇게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평소엔 자상하게 웃어주시는 선생님이지만 자칫 내가 해이해지거나 몸 관리를 소홀히 할 땐 엄하게 야단도 치신다. 그 모든 게 나를 위한 것임을 잘 알기에 그 또한 얼마나 감사한지.

하늘나라에 간 오빠가 내게 남기고 간 선물, 그 콩팥을 받고 오빠가 못다한 삶까지 열심히 살려고 다짐한다. 그러한 나의 뜻을 도와주기 위해 늘 내 곁에서 힘이 되어주시는 봉생병원 선생님들. 눈먼 내가 캄캄한 길, 넘어지지 말고 건강하게 걸어가라고 길 밝혀주는 그분들이야말로 내게는 별빛이고 달빛이 아닐는지!

“복연! 오늘 기분 어때? 별일 없었니?”외래 진료를 볼 때마다 그렇게 물으시며 먼저 내 손을 힘주어 잡아주시는 신장내과 김중경 원장님. 먼저 다가와 나의 안부를 챙겨주시는 과장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가끔 궁금할 때도 있다. 그분들의 얼굴이. 아마도? 혼자 상상하며 그려본다. 이내 입가에 웃음이 매달린다.
나는 노력할 것이다. 비록 많이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 것이다. 아프고 쓰라린 사람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빛처럼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일은 병원에 가는 날이다.

이식 수술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것 또한 아니란 것도 잘 안다.
괜찮을 거야,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김중경 원장님 말씀처럼 용기 내어 주어진 삶을 살아갈 것이다.

저 곳에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을 봉생 병원 모든 선생님들, 그들에게서 뿜어지는 별빛과 달빛 따라 어둠 헤치며 씩씩하게 걸어갈 것이다. 열려진 창으로 바람 한 줄기가 얼굴을 쓰다듬는다. 따뜻하다. 어느덧 봄이 온 모양이다. 내 생애 또 한 번의 귀한 봄을 맞이하게 해준 모든 이들이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고 봄나들이 가야겠다.

※ 해당 글은 정복연 님 원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